소주 한 잔에 10만 원. 이 가격을 보고 "비싸다"고 느끼는 순간, 이미 업소 사장은 당신을 놓쳤다. 왜냐하면 그 10만 원 중 소주 원가는 900원 정도이기 때문이다. 남은 돈은 다 어디로 가느냐고?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.
나는 연남동 셔츠룸을 2019년부터 꾸준히 다닌 단골이다. 한 달에 서너 번, 평균 30만 원씩 쓴다. 솔직히 말하면 돈 낭비인지 아닌지 궁금했다. 그래서 사장 몰래 메뉴판 사진 찍고, 술 도매 사이트에서 소매가 확인하고, 시스템 시간당 단가를 역산했다. 블로그에 올릴 생각은 처음에 없었다. 그냥 호기심이었다.
룸술 원가의 진짜 분포
소주 1병(360ml 기준) 도매가 1,200원선. 잔으로 따지면 4~5잔, 원가 900~1,100원. 맥주도 비슷하다. 편의점 캔맥주 하나 1,700원인데 룸에서는 3~4만 원. 프리미엄 위스키는 좀 다르다. 발렌타인 17년 기준 도매가 18만 원, 한 병으로 8~10잔 따르면 잔당 18,000~22,500원. 룸에서 잔 가격 15만 원이면 마진율 85%를 넘긴다.
이걸 실제로 확인한 방법이 있다. 위스키 병 라벨에 있는 생산批次(batch number)을 기반으로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다. 한국 공식 수입사인 디아지오코리아의 2023년 출고가 기준, 시중 소매가와 룸 가격의 괴리가 명확하게 드러난다.
여기서 선택 기준이 생긴다.
1. 위스키를 시킬 건가 소맥을 시킬 건가
2. 브랜드 술인가 밀주인가
3. 한 타임에 2시간을 채울 건가 1시간만 할 건가
소맥 한 잔 원가는 소주 900원 + 맥주 500원 = 1,400원인데 룸에서는 4~5만 원. 위스키 잔이 15만 원이어도 원가 대비 마진은 거의 비슷하다. 결국 사장이 가장 남기는 건 소주와 맥주 조합이다. 위스키는 겉으로는 고급이지만, 도매가가 높아서 상대적으로 마진 비율은 낮다.
시간당 단가라는 숨겨진 변수
여기서 대부분 놓치는 게 있다. 룸 이용료에 포함된 '인건비'다. 마이크 세팅, 서빙, 청소까지 합치면 시간당 인건비 3~5만 원이 발생한다. 이 비용은 술값에 전가된다. 계산해보면 소주 10만 원 중 원가 900원, 인건비 2만 원, 룸 운영비(임대·전기·물) 1만 5천 원, 순수익 6만 5천 원 정도다. 마진율 65%는 생각보다 낮다.
그래서 업소마다 '세팅費'를 별도로 받는 이유가 있다. 이건 순수 마진 보전용이다. 2024년 기준 연남동 메인 상가 룸 세팅비는 5~10만 원, 이 금액은 거의 100% 순이익에 가깝다.
결국 답은 조건에 있다
이 분석이 결론적으로 보여주는 건 단 하나다. 룸 단위 서비스의 가격은 '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'이 아니라 '공급자의 비용 구조'에 의해 결정된다. 손님이 위스키를 고르든 소주를 고르든, 사장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2시간을 채우고 세팅비를 받는 것이다.
만약 당신이 이 업계에 발을 들이려면, 술 마진보다 세팅비 수익 모델을 먼저 이해하는 게 맞다. 나는 단골로서 이 사실을 깨달은 뒤로 술을 덜 시키고, 룸 시간을 알뜰하게 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.
자세한 업소별 비교 정보는 작성자의 추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. 참고로 노래방 역사가 궁금하다면 위키백과 노래방 역사에도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. 룸 술 가격의 기원은 사실 노래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.